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도서 작가소개, 읽게 된 동기, 느낀 점

1. 작가 소개

* 마르탱 파주

1975년 파리에서 태어난 마르탱 파주는 이 시대 청춘의 대변자로 불리며 프랑스 젊은이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파주는 감각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글쓰기로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동시에 받는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다. 파주의 소설은 이미 1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읽히고 있다.

인정사정없이 논리적인 동시에 시적인 정취를 지니는 파주의 작품을 읽으면 세상의 관습적인 규범들을 뿌리부터 의심하게 된다. 파주는 '모든 것을 뒤엎는 상상의 힘'으로 우리의 가짜 단결을 깨뜨린다. 결국 우리는 파주가 쓴 기상천외하고 반항적인 이야기를 믿고야 마는 것이다. 이러한 글쓰기는 아마도 야간 경비원, 페스티벌 안전요원, 기숙사 사감 등 자신의 이색적인 이력과 알코올 중독, 자살 충동, 부랑 생활 등의 밑바닥 경험이 승화된 덕분일 것이다. 대학에서도 심리학, 언어학, 철학, 사회학, 예술사, 인류학, 음악 등 일곱 분야를 전공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아마도 사랑 이야기>, <완벽한 하루>, <나는 지진이다>, <컬러보이>,

<침대와의 싸움>, <더러운 나의 불행 너에게 덜어 줄게>, <숨은 용을 보여주는 거울>, <채소 동물원> 등이 있다. 

 

* 옮긴이 배형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어린이 책 편집자로 일하기도 했다. 

옮긴 책으로는 <컬러보이>, <초콜릿 케이크와의 대화>, <장애란 뭘까>, <삶과 죽음에 대한 커다란 책>, <빨래하는 날>,

<더러운 나의 불행 너에게 덜어 줄게>, <숨은 용을 보여주는 거울>, <원자력이 아니면 촛불을 켜야 할까>, <언어가 사라지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 등이 있다. 

2. 읽게 된 동기

대학교에 입학하여 처음 가입해 본 독서클럽니다.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하여 여러 독서모임에서 활동한 경험은 있었지만 매우 오래되어 이번 활동은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여러 학우들과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도 나누면서 사람들을, 이 사회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는 책을 받아들고 표지 그림부터 찬찬히 살펴보았다. 여자아이 몸 위로 집과 남자 어른들, 고양이 등이 짓누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어른들의 보호를 이렇게 느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부모이다 보니 부모의 관점에서 그림을 보았던 것 같다.

 

3.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책을 읽으면서 나의 10대로 돌아가 생각해 보았다. 집이 가난하여 참고서 살 돈이 없어 다른 친구들 참고서를 빌려서 공부했고,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 상 인문계를 갈 수 없어 상업계 고등학교에 들어갔음, 졸업한 후에는 바로 취업해서 돈을 벌어야 했다. 그때 나의 꿈은 선생님이었는데, 선생님이 되기 위한 길을 가르쳐준 어른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 지금 돌이켜 보면 많이 아쉽다. 그 시절 나의 상황에 비하면 이 책 주인공 셀레나는 너무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잠시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셀레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평생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아직 잘 모르고 어떤 직업을 택할지도 전혀 감이 서지 않아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은데 부모님은 아예 셀레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예술가가 되어라고 정해버리면 부모님의 뜻을 따르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것 같다. 나라도 선생님이 되고 싶은데 부모님이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다른 무엇이 되어라고 하면 반발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럼 부모님들은 애 이런 결정을 했을까? 셀레나의 부모님은 셀레나가 정말 예민하고 창조성도 있어서 나중에 유명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굳게 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잘 들여다보면 아직 철없는 딸이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부모가 정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결정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님이 바라는 셀레나, 부모님이 그토록 정성을 쏟고 그토록 많은 돈을 뿌려 가며 만들고 싶어 하는 미래의 모습을 셀레나가 거부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을 부모님은 모른다는 것이다. 자식을 위한답시고 내린 결정이지만 이것으로 인해 자식들이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도 부모로서 과연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일까?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책을 찾아 읽어보기도 하고 유투브 동영상도 찾아보기도 하였다. 

 

부모는 자녀를 얼만큼 사랑할까? 자녀는 부모의 사랑을 얼마나 느낄까?를 '소와 사자의 사랑 이야기'에서 찾아보았다. 소와 사자는 사랑을 하였지만 상대방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취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사랑하였다. 부모님의 사랑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부모님은 자녀에게 사랑을 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자녀가 그 사랑을 받지 않았다면 그건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셀레나의 부모님도 셀레나를 위해 겨울철 난방도 끄고 먹는 거소 최소한의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지만 셀레나는 그것을 부모님의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모님의 욕심으로 받아들였다. 부모로서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자녀들이 원하는 사랑을 주어야 하겠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 요즘은 자녀의 감정에 공감을 많이 하라고 한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자녀에게 밥 먹여주고 공부시켜주면 부모의 할 도리를 다 했다고 생각했으며, 감정을 표현하고 공감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부모가 된 입장에서 자녀의 감정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내 감정도 잘 모르는데 자녀의 감정을 어떻게 알고 공개해 주겠는가? 셀레나의 부모님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셀레나도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부모님으로부터 공감을 받았다면 마지막에 집을 나가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 한다. 부모역할을 한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자녀의 진로 문제를 생각할 때는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어떤 태도로 인생을 살아갈지 결정하는 일이라고 한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 모범을 보이면서 몸소 실천한다면 자녀들이 따르지 않았을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나는 부모로서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럼 자녀를 위한 부모의 최대 역할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녀가 독립된 인간으로서 스스로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녀가 독립된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려면 믿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부모 된 사람이면 다 알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마음을 돈독하게 먹고 믿어야지 했지만 자녀의 끈기 없는 행동을 보고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착하게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로서 오랜 시간 있다보니 요즘 아이들을 이해하는 폭이 좁았는데 셀레나를 통해 요즘 10대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셀레나는 지금은 인생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시기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서서히 드러나는 시기라고 했는데, 나는 너무 성급하고 조급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셀레나는 자신에게 쏟는 에너지의 4분의 1만이라도 엄마 아빠를 위해서 쓴다면 모든 면에서 상황이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 생각에는 깊이 동감한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거리를 좀 더 넓혀야 하는데 너무 밀착되어 있으면 갈등이 생기는 법이다. 이 갈등을 줄이려면 자녀에게 쏟는 에너지를 조금 줄이고 부부가 즐겁게 생활하는데 쓴다면 자녀도 행복하고 부부도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은 우리 아이들과 거리를 두고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다. 도를 닦는다는 느낌이 든다.